며칠 전 지나가는 말로 엄마한테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했었다.
그 말을 잊지 않고 이렇게 주말에 수제비를 준비하는 엄마를 보니,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엄마가 밀가루를 사 오라며 6천 원이나 줬다.
까까도 사 먹고 오라는 말과 함께.
밀가루 가격이 올랐나? 하면서 마트에 갔는데 제일 비싼 게 2천 원.
거스름돈은 진짜 까까 사먹고 오라는 뜻이었다.
까까와 함께 마트에서 제일 비싼 밀가루를 샀다. 비싼게 맛잇기 때문이다.
돌아와서 나는 반죽을 치대고, 엄마는 육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같이 앉아서 수제비를 빚었다.
그러면서 엄마가 옛날에 귀여운 어린 딸들이랑 수제비 빚을 때가 좋았다고 했다.
나도 기억이 있다. 어릴 때 엄마랑 수제비 뜯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마다 반죽 치대는 건 전부 엄마가 했겠지ㅠ 아까 팔 떨어질 뻔했다.
그 당시 삼십 대 초반이었을 엄마도 팔이 아팠을 것이다.
엄마가 수제비 반죽 썰어서 칼국수 만들어 줬던 건 기억나냐며 물어봤다.
응 그것도 기억하지.
면이 삐뚤빼뚤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속상할까 봐 맛있다는 말만 했었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착했군...
또 대학생 때 친구랑 수제비를 만든다고 하면서
반죽을 발효 시킨다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까먹고 PC방에서 밤을 새어버려서
다음날 돌아와 냉장고에서 나는 막걸리 냄새에 놀라서 버렸었던 웃긴 기억,
이렇게 수제비 하나에도 얽힌 추억이 생각보다 많다.
도란도란 대화 소리에 유정이가 깼는지 셋이서 같이 먹었다.
오랜만에 옛날 기분이 나서 좋았고 속도 왠지 든든하다.
힘내서 공부하러 가야지.
끝나고 헬스도 다녀오고, 코노 들렀다가 밤에 들어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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